(서울=연합뉴스) 경찰관의 불심검문(不審檢問)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 15건을 통합, 조정한 대안을 마련해 최근 의결했다고 한다. 이 개정안 대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에 계류중이지만 여야 합의로 의결됐기 때문에 6월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매우 커 시행을 목전에 둔 셈이다. 개정안 대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불심검문'이라는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바꾸고, 대상자가 흉기나 무기 등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는지를 경찰관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현행법에는 없는 신원확인 권한도 포함시켜 대상자의 신원, 거주사실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 신분증의 제시 요구 뿐만아니라 필요시 지문 확인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대상자가 현장에서의 질문받길 원하지 않거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경찰관이 경찰관서로 임의동행을 요구하게 된다. 그나마 인권보호 차원에서 대상자가 임의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내용상으로는 마치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삼았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다.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가 여러 곳에서 드러나 걱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경찰의 불심검문권 강화안 내용과 관련해 조목 조목을 따져 가면서 잘잘못을 찾아내 개정안 대안의 수정을 권고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검문 대상자의 가방이나 차량, 선박을 수색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주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명시되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조항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냈다. 또 "정지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빠져 있어 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없이 연행도 가능하고 실질적인 체포, 구금, 수색으로도 이어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마음대로 불심검문을 할 수 있어 법적으로 보장되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특정인의 자유를 강제하는 조항에 대한 따끔한 질책인 셈이다. 인권위의 해석은 한마디로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로 볼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회 차원에서 이런 경찰권 강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최근의 한 판결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천지법 항소부는 이달초 공무집행 및 상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박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요지는 불심검문 대상자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강제력을 사용해 대상자가 검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고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때 대상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현행법상 규정을 확인한 사안으로 꼽힌다. 국민의 기본권리를 인정한 인권보호 차원의 해석이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단지 이런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찰의 불심검문은 '죄를 범하였거나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으로 극히 제한하고 있다.불심검문 권한이 남용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하기위한 조치이다. 그래서 이와 반대되는 경찰의 불심검문권 강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나쁜 이미지를 떠올리는 '불심검문'의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바꾸는 것 만으로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대안이 인권위 권고 내용과 각계 각층의 의견을 다시한번 경청해 친인권적 내용으로 재검토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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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불심검문을 통해 범죄예방 및 수배자 검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휴대용 조회기를 통한 월 조회 건수는 2005년 3월 626만건에서 2009년 5월 7797만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휴대용 조회기는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등을 입력해 수배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불심검문에 주로 쓰인다. 조회 내역도 해당 경찰서 전산망에 5년간 저장돼 경찰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범죄예방도 좋지만 전체 인구가 5000만명인데 한 달에 7000만건을 조회하는 건 사실상 무차별 감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