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주제로 쓴 시 … 서울보훈청장상 수상작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할아버지는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천만원의 기부금을 내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사열을 받아 논란이 된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을 주제로 쓴 초등학생의 시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된 이 시는 서울 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군이 쓴 '29만원 할아버지'.
유군은 초등학생의 시선에서 전 전 대통령을 향해 역사적 사실들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시를 풀어냈다.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 집 앞은 왜 허락을 안 받으면 못 지나 다녀요?", "해마다 5월18일이 되면 우리 동네(연희동)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할아버지 때문인가요?" 등 의문을 보이더니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죠", "너무나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이어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죽었는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벌 받을까 두려워 그 많은 경찰아저씨들이 지켜주는 것인가요?" 등과 같은 직설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시 후반부에는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아요",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라고 훈계하기도 한다.
이 시는 5.18 32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8회 서울 청소년대회'에서 서울지방보훈청장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를 본 네티즌들은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가장 정확한 거겠죠", "장래 크게 될 아이네요" 등의 댓글을 달며 감탄을 하는 반면 "이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상을 준 서울지방보훈청장이 더 대단!" 등 걱정 어린 반응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시 전문.
29만원 할아버지
- 서울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네 집앞은
허락을 안받으면 못 지나다녀요?
해마다 5월18일이 되면
우리 동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할아버지 때문인가요?
호가심 많은 제가 그냥 있을 수 있나요?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죠.
너무나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죽었는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벌 받을까 두려워
그 많은 경찰아저씨들이 지켜주는 것인가요?
29만원 할아버지!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물론 그런다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대답해 보세요!
29만원 할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