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돈봉투, 가방안에 잔뜩 들어있었다”
[한겨레] 고승덕 회견…2008년 전대때 광범위 살포 한듯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9일, 2008년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당시 당대표 후보(현 국회의장) 쪽이 돈봉투를 광범위하게 살포했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8년 7·3 전대 때 박희태 의장 쪽한테서 돈봉투를 전달받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한 남성이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 넣어)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가방 속에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노란색 봉투는 전당대회 하루이틀 전에 배달됐고 봉투 속에는 현금 300만원과 특정인(박희태)의 이름이 적힌 작은 명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대 때 고 의원 외에 상당수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게도 돈봉투가 건네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 의원은 돈봉투 사건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돈봉투를 들고 온 사람이 ㄱ(김효재)수석인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전당대회 이튿날 돈을 돌려준 뒤)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화한) 박(희태) 대표 쪽 관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오늘 이 시점에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여야 모두 “박희태 사퇴하라”
여야는 이날 박희태 의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분들은 이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박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로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라”고 답했다.
민주통합당의 원혜영 공동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당국이 입법부 수장을 조사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공정하고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즉각 의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