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불법선거’
[뉴스분석] 경찰에 연행된 엄기영 후보 운동원…동계올림픽 서명 명단, 선거운동 활용
한나라당에 다시 불법의 그림자가 엄습했다. 4․27 재보선을 바로 앞둔 시점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4월 23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는 ‘불법선거’의 생생한 현장이 사진기사로 나왔다.
강릉의 한 펜션은 한나라당의 선거사무소로 둔갑했고, 엄기영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홍보원들이 은밀하게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전화홍보원들을 연행했고, 모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주요신문 1면 사진 기사로 실렸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과정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해 공직에 나서겠다는 이들은 결과는 물론 과정도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불법 차떼기’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냉소적 시선을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엄기영 후보 쪽의 부끄러운 장면을 기록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는 기사를 실었고, 경향신문도 을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4면에 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6면에 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언론마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셈이다. 언론은 얼굴을 가린 채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을 어김없이 사진 기사로 내보냈다. 이번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전화홍보를 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는 한나라당에 입당하기 이전에 강원도 전역을 돌았다. ‘파란 점퍼’를 입고 강원도 곳곳을 방문해 도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서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강원도의 자존심과도 같은 것으로 이 서명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다. 강원도민들은 흔쾌히 서명을 했고, 이러한 서명 작업을 추진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문제는 그렇게 모은 강원도민들의 신상명세를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과의 약속, 정치인으로서의 ‘신의’와도 직결된 문제로 사전선거운동 문제까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원도민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번만은 동계올림픽이 꼭 강원도 평창으로 와야겠다고 모두 서명하고 지원하는데, 엄기영 후보는 그 위원장을 맡아서 그 명단을 갖고 자기 강원도지사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엄기영 후보 쪽의 이번 불법 선거운동 적발은 만만치 않은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엄기영 후보 선대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엄기영 후보 선대위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엄기영 후보 선대위는 “일부자원봉사자들이 선대위와 관련없이 전화 선거활동을 한 것”이라며 “강릉의 자원봉사자들이 선거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전화홍보를 한 것과 관련해 이는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을 저질러놓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고 해결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선거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더욱 문제이다. 이번 사건 처리에 따라 한나라당이 승리해도 강원도지사 선거를 다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자체로 가히 충격적이며 4.27재보궐선거를 진흙탕선거로 빠뜨린 사상초유의 사건이라 하겠다”면서 “신고되지 않은 제3의 장소에서, 신고되지 않은 선거운동원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상초유의 불법선거운동으로 엄기영 후보가 사퇴는 당연하며 엄정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불법선거운동의 정황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한나라당과 엄기영 후보는 200만 강원도민을 책임질 자격이 전혀 없다. 이에 국민참여당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에게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의 대국민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4월 14일 강원도 영월 5일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내용은 이랬다.
“엄기영은 깨끗하다. 정치인이 아니다.…정치판에서 놀던 사람이 아니다. 정치판에서 놀다보면 세월이 가면서 깨끗하게 살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우리 엄기영 후보는 정치를 한 적이 없다.…우리 강원도의 도지사 후보가 되어야 할 사람은 정치인 출신이 아닌 이렇게 깨끗한 사람이 해야 한다.”
안상수 대표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얼마나 될까.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도 반성보다는 위기모면에 무게를 싣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죄송하다’면서도 ‘엄기영 후보 선대위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이다.
“먼저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렇지만 이 건은 엄기영 후보는 당연히 몰랐다. 또 엄기영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엄기영 후보 선거관리대책위위원회 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놀라고 또 분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들이 이런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이 한달 정도라고 한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55949&CMPT_CD=P0000
그러면, 사람 관리에 대략 5000만원이 든단다. 그리고 펜션 방 6개를 한달 내내 빌렸으니 - 하루에 50만원 - 1억원이 들었을 거란다. 자원봉사자들이 1억5천만원 가까운 돈을 써가면서 자발적으로 했다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