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대 위기의 언론] 조중동 동정보도
테니스 쳐도 ‘남다른 체력’…민생탐방 1면사진 파격
UAE 원전 수주 집중편집…‘일등공신’ 강조하며 극찬
언론은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위에 큰 관심을 갖는다. 최고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를 그의 움직임을 통해 읽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소한 움직임조차 언론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일부 신문의 대통령 동정 보도는 이런 일반론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 지나친 ‘미화’ 보도
“남다른 체력 엠비 남몰래 현판식”. 지난해 12월22일치 제목이다. ‘남다른 체력’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1박3일 강행군을 한 뒤 귀국해 곧장 3시간 테니스를 쳤다는 내용이고, ‘남몰래 현판식’은 재산을 기부해 만든 ‘청계재단’ 사무실 개소식에 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기사다. 이 둘을 하나로 꿰서 제목을 뽑은 것이다. ‘강철체력’과 ‘숨어서 선행’이라는 미덕을 도드라지게 독자에게 전했다. 지나치게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엠비, 일본에 머문 9시간 동안 7개 일정 소화/“하루 방문했지만 2~3일에 할일 다했다”’(중앙 2009년 6월29일치), ‘엠비 하루 10개 넘는 일정 강행군/정상회담·경제인 접견·인터뷰…특별연설 뒤 기립박수 받아’(중앙 올해 1월29일치)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들 역시 같은 부류다. 열정적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음을 꼭 집어 부각시켰다.
엠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수행원 서류가방 놓고와/경호원 사색, 엠비 “괜찮다”’(중앙 2009년 10월13일 12면) ‘요즘 청와대 유행어 “힘들면 쉬어라, 바꿔주겠다”’(중앙 2009년 11월30일치 6면). 4단으로 편집된 두번째 기사는 부제목을 ‘쉬라고, 바꿔주신다잖아/직원들 농담 주고받기도”’라고 달았다. 대통령의 ‘배려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미덕 위주의 편향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민생탐방 파격편집
보수신문들은 특히 지난해 청와대가 중도실용노선을 표방한 이후 자주 기획한 이벤트성 민생탐방에 무게를 실었다. 청와대의 의도에 적극 화답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엠비의 두차례 시장방문이 대표적이다.
는 “시장으로, 재활시설로…엠비, 다시 민생 챙기기”(9월5일치 5면)라는 3단 기사에 사진을 두 장이나 물렸다. 그중 한장은 경기도 구리시장을 방문해 물건을 사려고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는 장면이다. 지갑 속 가족사진을 확대해 ‘서민적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중앙은 9월11일 남대문 시장 방문을 1면에 4단 사진으로 실었다. 대통령의 인기를 보여주려는 듯 ‘바글바글한’ 인파 사진이다. 조선도 같은 날 5면 4단 기사에 사진을 2장이나 물렸다. 점퍼를 입고 만두를 베어 문 서민적 모습의 이 대통령과, 원경으로 찍은 인파 사진을 동시에 실었다. ‘내용 없는 친서민 행보’라는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때는 어땠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0월19일 7개월만에 민생행보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한주택공사가 매입해 기초수급자들에게 월 임대료 10만원 정도의 싼 가격에 임대해주는 ‘매입 임대주택’ 현장을 찾았다. 조선은 두 문장의 사진기사로 처리했고, 중앙과 는 기사를 싣지 않았다. 는 2단으로 사진과 함께 보도했지만 “노 대통령 7개월 만에 민생 나들이/임대주택 방문 주민 격려”라고 제목을 건조하게 달았다. 7개월 전인 그해 3월 성북구 길음시장 방문은 4개 매체가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대통령 민생행보가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뉴스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 화끈한 ‘업적 띄우기’
지난해 12월28일치 지면을 보면, 아랍 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성공하기까지의 ‘대역전 드라마’ ‘반전 드라마’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중앙은 3면 전면을 할애해 대통령의 역할을 극찬했다. ‘엠비, 왕세자 6차례 통화…프랑스로 기울던 판세 뒤집었다’라는 제목의 통단 머리기사와 ‘엠비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라는 제목의 허리기사를 실었다. 조선도 3면에서 ‘공기 6개월 줄이고 사업비 10% 깎아라 입찰 진두지휘’라는 통단 제목 기사를 실었고, 동아도 4면 3단 상자기사에서 “‘하청업체 설움’ 30년만에 씻은 엠비”라고 제목을 달아 대통령의 공을 강조했다.
중앙은 지난해 이 대통령이 331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7월7일치 해설 기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실천” “현직 대통령 기부 유례 없어” “엠비가 던진 친서민 중도 강화” 등의 찬사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