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D운하
자료출처: 서울경제신문
1992년 9월25일, RMD운하(Rhine–Main–Danube Canal)가 뚫렸다. 라인강과 마인강ㆍ다뉴브강을 연결하는 이 운하의 공사시간은 32년. 공사계획을 확정했던 1938년부터 계산하면 54년이 걸렸다.
RDM운하는 유럽의 오랜 숙원. 프랑스와 서부 독일, 북부 이탈리아가 공동조상으로 여기는 샤를마뉴(프랑크왕국의 2대 왕)는 793년 운하공사를 지시했었다. 큰 강 몇 개를 이으면 유럽 중심부 3,500㎞를 가로질러 흑해에서 북해까지 항행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간파한 것이다. 독일인들은 RMD의 완공을 '1,199년 동안 꾸었던 꿈의 실현'이라며 반겼다.
길이 171㎞의 공사에 가장 큰 애로는 검증. 운하가 경제적으로 타당성 없다는 여론에 따라 구간의 40%가량이 뚫린 상황에서 공사가 10여년간 중단됐다. 운하건설을 바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집권해 공사를 재개, 대역사를 겨우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준공된 운하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물동량조차 매년 감소 추세다. 122개의 다리와 59개의 수문을 거치고 해발 406m까지 배를 끌어올려야 하는 불편함과 느린 운항속도로 도로와 열차에 밀려났다. 32년간의 총 공사비 23조유로 가운데 20%를 환경보호에 쏟아부었지만 일부 자연 습지가 파괴되고 말라버렸다. 흑해의 어류와 식물이 북해까지 진출하는 생태계 교란 현상도 나타났다. 요즘에는 가장 비싼 '유람용 운하'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RMD운하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용도 폐기된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서 모범 사례로 손꼽은 게 RMD운하다. 배울 점도 있다. 수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대형 토목공사를 순식간에 해치우려는 사람들에게 RMD운하 자체보다도 그 신중함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